올리브 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마침 토스카나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있는 10월-11월이 딱 올리브 수확철 이어서 지나가는 올리브 농장마다 올리브 수확이 한창이었다. 이번에 토스카나에서 한달살기를 하며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은 올리브 오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찾아낸 올리브 오일 제조 공장 투어!! 올리브 나무 농장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우리집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었다.
투어에서 배운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바로..
슈퍼마켓에서는 진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구할 수 없다!!
오늘 우리의 올리브 오일 선생님이었던 올리브 오일 소믈리에님!! (그렇다.. 와인 뿐만이 아니라 올리브 오일의 세계에도 소믈리에가 있다고 한다!! 올리브 오일 소믈리에 역시 엄격한 과정과 시험을 통해 선발되며, 다양한 맛과 풍미를 가려내는 와인 소믈리에와는 다르게 올리브 오일 소믈리에는 음식과 음식이 아닌 것 - 즉, 먹어서 건강에 좋은 오일과 먹어서 건강에 좋지 않은 오일을 가려내는 건강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올리브 오일 소믈리에 선생님에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처음부터 끝까지의 전 제조 과정에서 단 하나의 결함도 없는 완벽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뜻한다고 한다. 그리고, 진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가려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테이스팅 뿐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어떠한 화학적 처리도 하지 않으며 최종 오일의 화학성분 테스트를 통해 산도가 0.8% 이하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로 인증받았다는 것이, 전 제조 공정에서 단 하나의 결함도 없는 진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올리브 오일 공장들이 이윤을 위해 간신히 인증만 받을 수 있는 수준의 가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만들어 유통하고 있으며, 실제로 올리브 오일의 산지인 이탈리아에서도 슈퍼마켓에 가면 진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진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최고급 퀄리티의 진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만드는 곳과, 대량생산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가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공장에 가면 가장 먼저 냄새부터 다르다고 한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대량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쉬지않고 오일을 만들어내는 공정과정에서 올리브 오일 찌꺼기들이 제대로 세척되지 않아 공장에 들어섰을 때의 기름쩐내.. 그 냄새부터 좋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투어를 진행했던 곳은 지역의 올리브 농부들과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중인 올리브유 제조업체였다.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진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의 퀄리티를 추구하는 곳이다보니, 자신들이 하는 일은 그저 비싼 취미라고 한다ㅋㅋ 이곳에서 최종 생산된 올리브 오일은 슈퍼마켓같은 곳에 유통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 제조공정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시설 어디에서도 아무런 오일 찌꺼기 냄새도 나지 않고 모든 시설들이 반짝반짝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https://maps.app.goo.gl/Hd1kBbt1rbDrTQA69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제조과정
최고급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신선한 올리브!! 이탈리아에만 500여 종의 올리브가 수확되고 있으며, 토스카나 지방에만 60여 종의 올리브가 수확되고 있다고 한다. 올리브 산지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는 만큼 갓 수확한 신선한 올리브를 농장에서 바로 가져온다.
농장에서 트랙터로 운반된 올리브들은 올리브 나뭇가지와 올리브를 구별해내는 장치로 보내진다. 아래 사진 저~~ 뒤쪽에 보이는 산더미같은 것들이 바로 분류되어 따로 모아진 올리브 나뭇가지들이다. 이렇게 골라진 나뭇가지들은 좋은 비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나뭇가지들을 걸러낸 올리브 열매들. 보기만 해도 너무나도 신선하고 건강해보이는 올리브 열매들이다.
올리브 오일 공정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과정중의 하나인 세척작업! 세척작업을 통해 깨끗하고 품질이 좋은 올리브 열매들만 엄선한다. 깨끗한 세척 작업과 함께 직원분들이 꼼꼼하게 수작업으로 깨끗하고 좋은 퀄리티의 열매들만 선별해내는 작업을 함께 진행한다고 한다.
깨끗하게 세척된 올리브 열매들은 분쇄과정을 통해 올리브 페이스트로 만들어진다. 올리브 페이스트를 만들기 위해 전통적으로는 대형 돌 멧돌을 사용했다고 한다. 현대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분쇄기가 멧돌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분쇄 과정에서는 올리브 열매의 껍질과 씨를 포함한 올리브 열매의 모든 부분을 함께 분쇄한다! 안그래도 참기름과는 다르게 올리브 열매에는 단단한 씨가 있어서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궁금했었는데, 기름 추출 전에 올리브 페이스트를 만드는지는 전혀 몰랐다..!
분쇄된 올리브 페이스트는 말라싱이라고 하는 올리브 페이스트를 부드럽게 저어주는 과정을 통해 오일 방울이 서로 결합하여 더 큰 오일 덩이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일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올리브 페이스트에서 오일만 따로 분리해내야 한다. 이 과정은 원심 분리기에 올리브 페이스트를 넣고 매우 빠른 회전속도로 돌려서 밀도가 높은 올리브 껍질, 과육 조각, 씨앗 등의 고형물과 물, 그리고 밀도가 낮은 오일을 따로 분리해준다.
원심 분리를 통해 추출된 오일은 정제되지 않은 오일이다. 간혹, 정제되지 않은 올리브 오일이 더 자연적인 오일이라고 생각하여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정제되지 않은 올리브 오일은 좋지 않다고 한다. 정제되지 않은 올리브 오일은 자연 산화가 더 쉽게 일어나며 풍미와 맛 또한 정제된 오일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정제 과정을 거쳐 껍질이나 씨 등의 어떠한 불순물과 수분도 남아있지 않은 순수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만을 추출해낸다. 여과 과정은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몇백겹의 여과지를 거쳐 나온 순수한 오일만을 추출해낸다.
이렇게 추출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바로 저장소로 보내진다. 빛, 열, 공기가 모두 차단된 지하실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로 보내지며 같은 농장에서 수확된 올리브로 만든 오일이 하나의 탱크에 따로 저장된다. 다른 농장에서 수확된 올리브로 만들어진 오일들은 다른 올리브 품종으로 각각 다른 풍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올리브 오일 소믈리에들이 시음하여 최종 퀄리티를 확인하고, 각 농장의 오일별로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하여 가장 잘 어울리고 다양한 풍미를 가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들로 최종 블렌딩을 한다.
이렇게 블렌딩이 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들은 최종적으로 병에 담아 라벨을 붙여 완성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직원분께서 각각의 라벨에 엑스트라 올리브 오일이 병에 담긴 날짜를 일일이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구입할 때, 이렇듯 병에 담긴 날짜가 적혀있는 오일을 구매하는 것이 좋은 퀄리티의 오일을 구매하기 위한 좋은 습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올리브 오일 테이스팅 - 진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맛으로 찾아내는 방법
오늘 투어의 또다른 하이라이트였던 올리브 오일 테이스팅!! 올리브 오일 소믈리에 선생님과 함께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좋은 오일 (건강에 좋은 진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나쁜 오일(슈퍼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구별하는 방법을 배웠다.
올리브 오일 테이스팅 방법
- 올리브 오일이 담긴 작은 컵을 한 손바닥 위에 올리고 다른 손으로 컵의 윗부분을 감싼 뒤 컵을 천천히 흔들어서 올리브 오일의 온도가 손바닥의 온도와 비슷해지게 해준다.
- 올리브 오일의 온도가 손바닥의 온도와 비슷해졌다면, 이제는 컵을 코 가까이에 가져가서 오일의 향을 맡아본다.
- 이제 약간의 오일을 입에 머금어준다. 오일을 혀의 앞부분에 넣어준 뒤, 쓰읍~하며 입으로 공기를 흡입하여 오일이 입안에서 잘 섞이게 하고 향을 코로 전달시켜준다. 혀와 입안 전체에서 천천히 오일의 맛을 음미한뒤 삼켜준다.
올리브 오일 소믈리에들이 전문적으로 테이스팅을 할 때에는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것처럼 작은 파랑색 테이스팅 컵을 사용한다. 파랑색 컵을 사용하는 이유는 테이스팅 과정에서 오일의 색깔을 보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테이스팅은 오일의 색깔이 아닌 오롯이 맛과 향으로만 진행한다. 종종 더 좋은 오일로 보이기 위해 인공적으로 초록색의 색을 첨가하는 제조업체도 있다고 하니 색깔에 현혹되지 말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빵에 적셔 먹으면 또 다른 맛과 풍미를 감상할 수 있다.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올리브 오일들로 반반 적셔진 테이스팅용 빵과 오일들ㅎㅎ 오일만 테이스팅할 때와는 다른 올리브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서는 신선한 풀, 토마토, 아몬드, 허브의 향이 난다. 신선한 올리브의 맛이 쓴맛, 매운맛, 은은한 달콤한맛과 함께 혀 전체에서 느껴진다.
- 나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서는 기름쩐내, 곰팡이 냄새, 금속성 향이 난다. 입에 넣었을때 기름진맛이 가장 먼저 나고 톡 쏘는 매운맛이 혀가 아닌 목구멍에서 느껴진다.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고르는 방법
- 오일을 병에 담은 날짜가 라벨에 적혀있는가?
- 병에 담긴 날짜가 최근일수록 신선한 오일이다 (오일이 병에 담기더라도 자연적인 산화는 조금씩 진행된다)
- 모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전 공정이 27도 이하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모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콜드프레스로 공정되고, "콜드프레스"라고 적혀있는 것은 마케팅 용어일 뿐, 아무런 추가적인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 올리브 오일의 색깔에 현혹되지 않는다. 더 신선한 오일로 보이기 위해 초록색의 색소를 첨가하는 곳도 있다
- 올리브 오일을 구매하면 꼭 테이스팅을 해본다. 테이스팅을 통해서 스스로 좋은 퀄리티의 오일을 찾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구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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