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기

발리 한달살기 개인적이고 솔직한 후기

month-living 2024. 9.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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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살기를 시작한지 반년이 다 되어간다. 다음주면 다섯번째 국가를 떠나서 여섯번째 국가로 떠난다!

 

내 한달살기의 첫 출발지였던 발리 한달살기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200% 솔직한 후기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왜 발리로 갔는가?

거의 10년 전에 발리로 열흘정도 여행을 갔었다. 우붓, 쿠타, 스미냑, 울루와투 등등 발리의 아름다운 바다, 절벽, 정글, 논밭의 풍경에 한눈에 반했었다. 우붓에서 난생 처음 참가한 요가 수업은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었고, 쿠타비치에서 난생 처음 배운 서핑은 내 인생 가장 짜릿한 기억 중의 하나로 남았었다.

 

그 이후로 계속 발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처음 참가한 요가수업도, 난생 처음 배운 서핑도 그 이후의 내 삶에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특히, 그 날 이후로 내 인생에 큰 부분으로 자리하게 된 요가의 영향이 컸다.

 

막연하게 한달살기를 시작했을 때, 당연히 첫번째는 발리라고 생각했다. 특히, 처음 나에게 요가를 소개해줬던 우붓으로 돌아가서 한달동안 맘껏 요가를 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고 오고 싶었다.

아름다운 우붓의 요가원
아름다운 우붓의 논밭

아름다운 10년전의 기억은?

10년만에 다시 도착한 발리! 이번엔 한달살기를 위해 우붓으로 왔다. 여전히 아름답지만 뭔가 불편하다.. 10년전에 여행을 왔을 때에도 그랬던것 같기는 한데, 스쿠터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밖에 나와 있으면 스쿠터 소음이 너무 심해서 귀가 먹먹할 정도이고, 큰길이고 작은길이고 지나다니는 스쿠터 때문에 걸어다니는게 너무 위험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우붓에는 제대로 된 도보도 없어서 도시 내에서 마음 편하게 걸어다닐 공간이 거의 없다. 우붓의 메인 관광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옛날의 한국 시골 느낌으로 집집마다 개들이 많아서, 개가 무서워서 더욱 더 걸어다닐 수가 없다.

존재하지 않는 도보(?)위를 위험하게 걸어다니고 있는 보행자들

 

10년전 내가 기억하는 발리의 요가수업은 조용한 정글 안의 오두막집에서의 평화로운 요가였는데, 뭔가 다시 돌아온 요가원은 기업화(?)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다. 특히, 규모가 가장 큰 요가반이 요가 기업 같은 느낌이 가장 강했다ㅎㅎ 그나마 중심가에서 떨어져 있는 우붓 요가 하우스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개인적이고 따뜻한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정말 모든 수업이 꽉꽉 차서 빈자리 없는 좁은 공간에서 수련을 진행한다.

요가반 메인 페이지의 사진. 꽉꽉 찬.. 이런 느낌이다

여행과 한달살기는 다르다

열흘 여행을 왔을때 우붓에서는 2-3일 정도 머물다 갔던 것 같다. 그리고 한달살기는 우붓에서만 한달! 한달살기는 확실히 여행하고는 다르다. 긴 여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짧은 일상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한달살기를 하러 와서도 첫 일주일은 관광객 모드로 좋은데 찾아다니고, 맛집 찾아다니고 하지만, 한달 내내 관광객 모드로 지내기에는 좀 피로하다ㅎㅎ 한달살기 도시에 적응되면 우리 동네, 동네 주민들, 아침 산책, 요가원, 매일 가는 슈퍼마켓, 자주 가는 카페와 레스토랑 등등 나름대로의 일상이 생긴다. 매끼 나가서 먹는건 부담스러우니 이제 슈퍼마켓에서 장봐와서 요리도 해먹기 시작하고, 빨래, 청소 같은 집안일들도 나름 소소하게 해결해야 한다.

단기간 발리로 여행을 와서 호텔에서 지내고, 관광지 위주로 다니고, 대부분 나가서 사먹는다면 발리만큼 최적화 된 여행지가 없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하지만, 한달살기를 하러 와서 관광지에서 벗어나서 일상을 보낸다고 하면, 그 도시의 인프라가 차지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건데, 한달살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도시의 인프라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발리에서 일상을 보내기에 불편한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1. 마음 편하게 걸어다닐 곳이 매우 부족하다 (스쿠터조심, 개조심, 도보없음 주의).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이렇게 불편할줄이야.
  2. 스쿠터가 없으면 다닐수가 없다. 첫번째 이유와 일맥상통하는 이유이다. 스쿠터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늘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한다.. (물론 스쿠터 택시가 매우 저렴하긴 하다)
  3. 관광객들과 로컬들의 삶의 퀄리티의 차이가 너무 크다. 발리의 모든 사람들이 관광객들을 서비스 해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 나도 로컬들이 즐기는 일상의 삶을 체험하러 간건데, 로컬들의 삶은 함께 즐기기에는 너무나 먼 느낌이다.
  4. 한달살기에 적합한 풀키친을 갖춘 단독형 아파트형의 숙소가 많지 않다 (대부분 주방이 없거나 공유형인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형태의 숙소들이다).
  5. 개와 닭이 너무 많다!! 관광지를 벗어나면 개가 무서워서 걸어다닐 수가 없고, 닭때문에 매일 새벽마다 깬다. 우붓에는 닭들이 정말정말 많다ㅋㅋ

이런 이유들로, 도시 경제의 대부분이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관광객들과 로컬 현지 삶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곳은 내가 원하는 한달살기와는 거리가 멀다는게 발리 한달살기를 통해 배운 점이었다. 한달살기를 통해 다른 나라와 다른 도시에서 그 곳의 현지 사람들이 사는 모습속으로 녹아 들어가서 경험하고, 그들의 일상을 함께 즐기기 -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한달살기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렇게 평소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보고 감사하게 되는 것 - 이것이 한달살기를 통해 배우고 있는 가장 큰 점들이 아닐까 싶다.

 

결론은.. 발리는 한달살기보다는 여행을 추천!! 다음번에 발리로 갈때는 한달살기가 아닌 보다 여유있는 여행을 즐기러 가게 될 것 같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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